시선추적 Eye-tracking 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100여년 전부터 안구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어왔으니까요. 물론 타인의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심리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수십만년 , 인류가 원시인이던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시선을 추적하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잔상 afterimage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밝은 빛을 오랫동안 보다가, 다른 곳을 보면 눈을 움직일 때마나 잔상이 생기죠. 잔상은 몇 초 후면 사라져 버리지만, 자신의 안구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이 잔상은 자신만 볼 수 있고, 또 기록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긴 합니다.
그 뒤로 등장했던 방법은 소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19세기 말의 어떤 학자들은, 눈꺼풀에 청진기를 대고 안구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들리는 미약한 소리를 통해 안구운동의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선을 추적한다기보단 안구운동의 횟수를 측정하는 것이지만, 타인이 객관적으로 안구운동을 측정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에는 약간 무시무시한 방법도 등장했는데요, 가느다란 바늘이 달린 콘택트렌즈를 눈에 끼우고, 그 바늘을 펜으로 삼아 눈의 움직임을 직접 종이에 기록했습니다. 말하자면 안구로 글을 쓰는 셈인데요, 이 방법으로 책을 읽을 때 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했다고 하니, 참 대단한 탐구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뒤 근전도(EMG : electro musculoram, 근육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 측정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안구를 움직이는 안근의 근전도, 즉 안전도(EOG, Electro Oculogram)을 측정하여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하게 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눈 가에 전극을 부착하고, 이 전극으로부터 수집된 전기신호를 분석하여 시선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안구 자체가 아니라 근육의 신호이기 때문에 오차가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눈꺼풀이나 얼굴표정근육 등의 신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선을 추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 공막탐지 코일법(Scleral search coil)이라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피험자가 가느다란 코일이 감긴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x,y,z 세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 커다란 상자(field coil)에 들어가면, 패러데이 전자기 유도현상에 의해 눈을 움직일 때마다 콘택트렌즈에 흐르는 전류값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 값을 분석하면 매우 정확하게 안구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컨택트 렌즈를 껴야 하고, 특수한 실험실에서만 측정할 수 있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공막코일 컨텍트 렌즈와 field coil 상자>
퍼킨지 영상법은 최근까지도 흔히 쓰이고 있는 방법입니다. 사람의 안구는 각막의 겉면과 안쪽면, 수정체 등 여러 겹의 렌즈가 겹쳐져 있는 형상이기 때문에, 빛을 비추면 여러개의 반사광이 생깁니다.(2중, 3중 유리창에 전구가 여러개 겹쳐서 반사되듯이) 이 반사광의 움직임을 센서를 통해 분석하면, 안구가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영상처리 image-processing 을 이용한 비디오 기반의 시선추적입니다. 이는 카메라와 컴퓨터의 발달과 소형화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기본적으로 눈을 카메라로 찍어서 안구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그림과 같은 초소형의 카메라가 피험자의 눈과 시야 view 를 촬영하고, 영상분석을 통해 눈동자의 위치나 반사광의 위치를 파악하여 안구의 방향을 측정합니다. 이 방식은 여러가지 잇점이 있는데,
1) 소형으로 측정 장소에 제한이 없다. 즉 실험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쇼핑센터나 야외를 걸으며, 혹은 운전하면서 측정할 수 있으며,
2) 시선방향 뿐 아니라 눈동자의 확대/축소, 눈 깜박임의 횟수를 측정함으로써 순간적인 감성변화나 집중도의 변화를 볼 수 있고,
3) 머리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시야 view 가 녹화되므로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머리를 움직인다는 것은 꽤 강력한 잇점입니다. 시선추적과 안구운동추적이 엄밀하게 같지 않은 이유는, 시선은 안구의 움직임과 머리의 움직임을 함께 추적해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이 가만히 있더라도 머리가 움직이면 시선은 바뀌게 되죠. 그래서 대부분의 방식에서 시선을 추적할 때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킵니다. 하지만 피험자가 보는 시야를 녹화하면,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도 같이 움직이므로, 거기에 안구운동만을 더하면 시선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머리를 고정시킨 채 시선을 추적하는 장치>
고글형 영상처리법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글을 착용해야 하므로 신경이 쓰인다는 점이죠. 그래서 아예 피험자는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고,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카메라로 눈을 찍어서 시선을 찾는 기계도 있습니다. 웹사이트 시선추적과 같이 컴퓨터화면을 주로 보는 경우, 머리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실내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측정하고자 할 경우에 적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많은 대형포털사이트들은 자체적으로 이런 종류의 eye tracker를 보유하여 웹페이지 시선분석을 하고 있습니
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무래도 해상도(정확성)가 떨어지고, 머리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비접촉식 eye camera를 이용하여 시선을 추적하는 장치>
최근에는 원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을 추적하여 광고물을 얼마나 보는지 측정하는 기계도 나왔습니다. 거리의 광고판이나 대형 TV에 설치해 놓으면,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행인들의 눈을 추적하여 광고가 얼마나 시선을 끄는지 측정하는 방법이지요.
(아래 사진의 TV위에 설치된 시선추적카메라가 보이시나요?)
이제까지 말했던 방법들이 모두 <특정 사람>이 어디를 보는가, 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방법은 <특정 사물>이 누구에게 보여지는가,를 측정합니다. 보는 주체가 아니라 보여지는 대상의 입장에서 시선을 추적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선추적기술은 하드웨어와 처리기술의 발달로 인해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 현장에서의 응용성으로 볼 때, 고글기반의 시선추적이 가장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선추적에는 커다란 산이 남아 있습니다. 안구의 움직임과 실제로 보고 있는 것과의 갭 gap 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문제를 캘리브레이션 calibration 이라는 과정을 통해 계산적으로 보정합니다. 사실 시선추적의 핵심은 바로 이 캘리브레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과정입니다.
